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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마케터, 비전공 늦깎이 신입 개발자 되다 - [1] 나의 퇴사 히스토리

냐냐_ 2021. 5. 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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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마케터, 비전공 늦깎이 신입 개발자 되다 - [1] 나의 퇴사 히스토리

10년차 마케터, 비전공 늦깎이 신입 개발자 되다 - [2] 국비학원에서 개발 배우기 A to Z

 

 

 

 

 

글을 쓰게 된 계기

 

저는 마케팅도 잘했는데 개발도 할 줄 알아요 짱이죠? (X)

여러분 모두 개발자가 되세요!!!! (X)

세상에 저 같은 사람도 있어요, 하고 싶으면 쭉 하세요 (O)

 

 

 

 

 

유통업계 대기업 (마케팅)

제조업계 대기업 (마케팅)

대치동 영어강사

웹드라마 제작사 (사업, 마케팅, 프로듀서)

 

를 거쳐서 갑자기 개발자가 되겠다고 하니 모두가 놀랐다.

 

- 이 나이에 왜 신입이 되려 하느냐 (결심했던 작년 기준 서른 세쨜)

- 너는 뼛속까지 문과 아니었냐 (맞음) (중문학 전공함)

등등의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반응들에 하마터면 휩쓸릴 뻔했다!!!!!!!

 

 

 

 

 

안그래도 노력 없이 쉽게 부자 되는게 모두의 꿈이 되어버린 (사실 나도...)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코인이 떡상하기를 꿈꾸고 있는 게 더 보편적인 모습이 되어버린

노력의 가치가 폄하된 이 시대에, 내가 "노력"해서 뭔가 해보겠다는데 왜요 뭐요!!!

저런 말들에 휩쓸려 포기했다면 되게 후회되었을 거 같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비전공 개발자 롤모델이 몇몇 있어서 큰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첫 회사 (유통업계) 동기였던 K, 그리고 친구의 예비신랑 H님이 아니었다면

나도 중간에 멘탈 나가서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감사해요!)

 

하지만 혹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숨쉬고 있지 않아서

나는 비전공이니까, 나는 나이 많으니까, 라는 이유로 아깝게 그만둘 누군가가

이 글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록해 둔다.

 

(시간이 더 지나면 내가 왜 개발자가 됐는지도 까먹게 될까봐 꼭 남기고 싶었음)

 

 

 

 

 

하고 싶으면 꼭 해보세요, 같이 포기하지 말고 해봐요.

일단 저는 5개월의 국비교육을 수료하고 신입 개발자로 입사까지는 했는데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속 할 거예요!

 

 

 

 

 

<10년차 마케터, 비전공 늦깎이 신입 개발자 되다> 포스팅 시작!

 

 

 

 

 

 

퇴사 히스토리

위에 읊어 온 내 경력이 10년이라는 시간 치고는 꽤나 산만한 걸 보면

이 사람은 그냥 프로퇴사러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퇴직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통업계는 고객 컴플레인 때문에 그만두었으니

따지고 보면 포기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기똥찬 아이디어로 우리 점포 우리 팀 매출 올려보고 싶다는 25살 신입이의 꿈은

루이비통 명품백 환불 안 해준다고 화난 고갱님이

내 얼굴에 오렌지주스를 쏟아붇는 순간 와장창 조각났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명절TF로 발령을 보내더니

한 달동안 하루도 못 쉬게 하면서 온갖 회사에 명절특판을 시키는 데 질려서

(내가 명절 영업하려고 공채로 입사했나 싶어 자괴감 들고 괴로워서)

"나는 고객이랑 대면하지 않는 일을 하겠어" 하고 그만둠.

 

 

 

 

 

제조업계는, 철밥통으로 유명한 정유사였는데

8할의 꼰대와 2할의 일개미로 이루어져 있었다.

병역 비해당인 내가 군대 용어를 달고 살 정도로 올드한 조직문화를 가진 주제에

CEO와 최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소속이라 짐짓 외국계인 척 했지만

안그래도 쓰잘데기없이 많은 보고서를 한국어와 영어 2개 버전으로 만든다는

치명적인 단점 말곤 좋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트렌디했어야 할 마케팅 부문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닮고 싶은 사수나 선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나 없으면 데이터를 뽑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나한테 와서 징징거리고 내 메일만 기다리는 선배들만 가득했다.

 

그래도 내가 맡은 업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니까

그 책임감과 뿌듯함으로 꾸역꾸역 5년을 버텼다.

여자 공채가 10%도 되지 않았기에 성희롱이나 차별도 심각했는데

첫 회사를 꽤나 빠르게 그만두었다는 열등감(?) 같은 게 있어서

술 마시며 버티고 울면서 버텼던 인생의 암흑기였다

 

근데 그것보다 더 무서웠던 건 업계 자체에 대한 불신이었다.

우리 나라엔 석유가 없다.

그리고 지구의 석유도 결국은 한정되어 있다.

최첨단 IT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이 시대에

(그래서 한창 스타트업 창업하거나 합류하는 친구들이 많았음)

2차 산업에 종사한다는 게 스스로 좀..... 한심해 보였었던 것 같다.

 

이 생각이 들면서부터 조급해졌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싶었음.

내가 잘 하는 걸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잠깐의 강사 생활을 하다가

위 고민의 연장선에서, 웹드라마 제작사로 이직을 했다.

 

 

 

 

 

한창 웹드라마가 떡상하던 시기였다.

요즘이야 다시 웰메이드 드라마, 스케일 큰 드라마가 모든 세대에 인기지만

그 당시엔 10대 20대는 티비 안 보던 시절이었음.

10분 남짓의 숏폼, 미드폼 웹드라마가 급부상하고 있었고

우리 회사의 드라마가 웹드 중에서는 가장 유명했다.

체감하기로, 회사의 20대향 작품이 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10대는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 드라마에 나온 굿즈가 잘 팔렸고 드라마 OST가 차트 1위를 찍었다.

 

유통업계와 정유업계에서 억눌리며 굳은 두뇌가

말랑말랑하게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크리에이티브라는 걸 마음껏 발휘하면서,

사업과 마케팅을 넘나들며 일해볼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이것저것 내다 보니 좋은 기회로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을 걸고 드라마 제작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한 번 하니 두 번 하게 됐고,

세 번째는 감사하게도 책임프로듀서, 그니까 CP라는 것까지 맡았다.

 

그냥 그렇게 쭉 잘 해나가면 잘 살았을지도?

근데 망할 놈의 진로 고민은 왜 끝이 나질 않는지.

불안감이 다시 도졌다.

 

벌써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데 내가 어떻게 10대 20대 마음을 알지?

웹드라마라는 장르 한계가 너무 심한 거 같은데?

뭐 이런 생각들로 출발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가 우리나라 양대 IT기업인 N사의 계열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유 플랫폼을 가지거나 별다른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유튜브에, N사 동영상플랫폼에 의존해서 연명하고 있던 게 무서웠다.

협업하는 회사 중엔 중국의 IT공룡인 T사, B사도 있었는데

아니, 기술 발전할 만큼 했다는 2020년에 안 되는 건 왜 그렇게 많은지-

그럼 아직 더 발전할 기술이 많이 남았다는 얘기일까 싶더라.

사실 정유사에 있을 때부터 늘 같이 일하는 개발자에게 들어왔던 소리다.

"안 돼요" "암튼 안 됩니다" 이런 거.

그때마다 개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마침 이직할 시기는 도래한 것 같으니

다음 회사에서부터는 "개발자를 잘 이해하고 될 것 같은것만 효율적으로 던지는

똑똑한 마케터, 혹은 똑똑한 기획자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 달 쉬며 혼자 개발을 공부해 보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웹드라마라면 원래 여기서 끊을 타이밍임)

 

 

 

 

 

개발 공부 시작

 

이러저러한 일련의 근거와 사건을 계기로 퇴사를 하고,

여행도 다녀왔겠다 슬슬 개발 좀 들여다 보려는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일단 생활코딩 강의를 쭉 훑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장미가족의 태그교실인가 하는 카페에서 배운 html 내용이랑

나모웹에디터로 이것저것 만들어 보던 경험이 떠올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생활코딩 수업 재미있었다는 뜻

 

파이썬 강의를 들어봤다.

하다 보니 뭔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왜 되는지 모르겠는데 뭔가가 됐다....! 

 

진짜 200% 내 심경

 

자바 강의도 들어봤다.

세팅하면서 거의 욕쟁이 할머니 수준으로 욕을 많이 했지만

데이터 타입에서부터 멘붕 와서 울 뻔했지만

하다 보니 뭔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왜 되는지 모르겠는데 뭔가가 됐다 222

 

 

 

 

 

돌발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배워나 볼까, 싶었던 개발이 좀 많이 재밌다고 느껴져 버린 것이다.....!